삼천항쟁에서 와카사가 많이 다쳐오고, 사우스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을 때 란은 악몽을 자주 꿨어. 안면이 함몰된 사우스가 나와서 란을 원망하는 말을 내뱉는 꿈부터 하며 싸늘하게 식어버린 와카사의 몸을 껴안고 울고 있는 자신을 3자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꿈까지. 말도 안 되는 꿈이지. 사우스는 오히려 눈을 감기 직전 란에게 사랑했고 고마웠다며 진심을 전했고, 와카사는 적어도 란의 앞에서는 그런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거니까. 그런데도 왜인지 모르게 생생하고... 당장 현실에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보니 란은 불안감에 시달렸어.

와카사. 란이 자고 있던 와카사를 흔들어 깨워. 와카사가 느릿하게 눈을 뜨면 그제야 안도한 듯 란이 살짝 웃고는 와카사의 몸을 꽉 끌어안아. 지난번 항쟁에서 사우스에게 얻어맞은 탓에 상처투성이가 된 와카사가 란을 마주 안고, 란은 와카사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 와카사의 심박의 형태를 기억해. 잃고 싶지 않아. 오래도록 듣고 싶어... 란이 점점 울상이 되니까 와카사가 안 좋은 꿈이라도 꿨냐며 란의 등을 쓸어내려.

네 심장이 멎는 순간 우리의 시간도 멈추겠지.

란이 눈을 꼭 감아. 란의 찌푸려진 미간을 와카사가 엄지로 살살 문질러.

헤어지자.

...왜?

와카사의 곁에서 더는 행복할 자신이 없어.

늘 불안하고 힘들어. 너를 절망 속에서 잃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이만 여기서 갈라서자. 솔직하고 담담한 이별에 대한 란의 고백에 와카사가 눈을 끔벅여. ... ...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어. 바라고 한 말도 아니고.

이별은 미안할 일이 아니니까 난 미안하지 않아. 와카사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

그래도 함께하는 매 순간은 행복했다고. 그 말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하지 못한 란이 자리에서 일어서. 짐은 조만간 정리해서 챙겨가겠다며 떠나려는 란을 와카사는 붙잡지 않아. 와카사도 란이 헤어짐을 고할 때까지 무슨 심정이었을지 너무 잘 알아서. 이기적이게 란을 제 곁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은게 본심이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널 잡으면 넌 날 평생 원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란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며 와카사를 향해 웃어줘. ...잘 지내. 가벼운 마지막 인사야.

내 심장소리는 아직 멈추지 않았어, 란. 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만큼은 절대로...

뒤늦게 밀려오는 감정과 미련에 와카사가 머리를 감싸고 앓는 소리를 내. 란이 없는 공간은 싸늘하기 짝이 없어. 네가 없는 난 정말 아무것도 못 되는구나. 와카사가 사랑에 목매어 사는 사람은 병신이라고 비웃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 사랑과 사람을 착각하던 우리는 병신이 따로 없다며.

넌 나 없이 잘 지내면 안 돼. 나도 너 없이는 잘 지낼 수 없으니까. 알겠지, 란.

ღ 수면시간
란은 수면 시간이 적당한 편. 다만 늦게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일이 잦은 학기 중에는 남는 시간마다 낮잠을 자고. (...)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이건 와카사도 마찬가지니까~. 수업을 들어야 해서 아침에 꾸준히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항상 란이야. 와카사는 란이 수업을 듣고 있을 때 느긋하게 일어나서는 씻고 나갈 준비하고. 복싱장은 아침부터 열지만, 케이조가 아침에는 와카사가 졸면서 설렁설렁 가르친다며 나오지 말라 했거든. ...오후 출근에 크게 불만은 없지만 은근히 맥이는 태도에 짜증은 난달까.

ღ 집에 가장 많은 음식
캔콜라...와 탄산수. 란이 원래 콜라를 좋아하고 와카사도 란이 좋아하는 거니까 캔콜라를 집에다 잔뜩 두고 마시는 걸 딱히 제지하지 않았어. 다만 와카사가 전에 란, 요즘 허벅지에 살이 더 붙었나? 이런 실언을 한 뒤로 란이 신경 쓰기 시작했거든. 란이 그 말에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바람에 와카사가 살 빼라고 눈치 준 거 아니고 오히려 만지면 말랑말랑해서 기분 좋아서 말한 거라 했는데도... 란도 와카사는 돌려 말하지 못하는 바보니까 (?) 그게 진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스스로 탄산음료 금지 선언을 하고 맹물에 가까운 탄산수를 대체품을 하려했는데, 당찬 포부와 달리 란은 콜라와 탄산수 전부 꾸준히 마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후문이.

ღ 쟁여 놓는 간식
란은 콜라와 젤리~. 와카사는 초콜릿과 카라멜. 둘 다 취향이 겹치지 않으니 서로의 것을 딱히 탐내지 않아. 그런데도 장을 보러 가면 상대의 취향인 것만 먼저 담는다고 하네. 가끔 집에 오는 길에 와카사가 좋아하는 기성품 초콜릿 브랜드에서 한정판 맛을 팔고 있길래 사 왔다는 란, 술김에 이만큼이나 사버렸다며 품 한가득 젤리를 안고 온 와카사라든지. 별로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둘은 언제나 서로를 먼저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걸 서로에게서 배웠거든.

ღ 집안 분위기
란이 정리정돈과 청소를 좋아해서 둘의 집은 항상 청결하고 정돈이 잘 돼 있어. 가구는 원래 와카사가 살던 집이니 와카사의 취향에 따라 모노톤 위주였는데, 란이 약간은 화려한 게 좋다며 컬러풀한 장식물들을 여기저기 두긴 했어. 란에게 예술가 나름의 감각이 있는 건지 둘의 집에 놀러 온 센쥬가 가구 느낌이 제멋대로인데 어째서 촌스러운 느낌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 하더라고.

여담으로~ 와카사와 란이 함께 사는 집은 거실, 부엌, 침대방, 화장실과 베란다! 가 있는 구조야. 원래 와카사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더라. (이러면 안 됩니다.) 지금은 여름밤에 둘이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캔맥주 한잔~ 하는 용도로 쓰는 중. ㅎㅎ

ღ 잠옷
따로 홈웨어를 맞춰 입지는 않고 편안한 맨투맨과 추리닝 바지를 입어. 커플룩을... 잠옷까지 맞출 이유가? 하는 란의 소신으로 인하여... (와카사는 기왕 동거하니 세트로 입어볼까 생각‘만’ 함) 둘이 같은 스타일로 입는 건 아닌데 둘 다 아무런 무늬 없는 깔끔한 것들로만 입다 보니 비슷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ㅋ 아무래도 잠옷에서 체향이 가장 많이 나니까 와카사는 잠옷 차림의 란을 끌어안는 게 제일 좋다 하고.

ღ 요리 실력
란은 요리 실력도 안 좋고 하는 것도 안 좋아해서... 애초에 하는 게 싫어서 안 하니까 실력이 안 느는 거겠지?? 와카사는 타케오미가 방생했던 (...) 센쥬랑 같이 살 때도 항상 식사는 본인이 차렸어서 그런지 웬만큼 하는 편~. 밥, 국, 간단한 반찬 정도는 딱히 뭘 참고하지 않아도 뚝딱할 수 있고 가끔 란이 처음 보는 음식의 레시피를 보여주며 해달라고 조르면 그것도 열의 아홉은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실력자야. 한 번쯤은 실패해야 와카사도 인간이니까. (?) 더군다나 란은 웬만큼 입맛에 안 맞거나 이건 진짜 누굴 (주로 누구의 대상이 케이조인 건 안 비밀) 먹여도 못 먹겠다... 싶은 음식이 아닌 이상 잘 먹어서... 와카사가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어내도 어떻게든 다 먹긴 해. “이건 진짜 못 먹어.” “내가 보기에도 그래.” 이 대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왔던 음식은 대실패한 머랭이었다는... 온도 조절에 실패해서 속은 안 익고 겉은 탔다고 하네. 머랭을 칠 때도 뭔가 실수가 있었는지 종일 집안에 계란 비린내가 진동했다고...

ღ 주 당 요리하는 횟수
요리 담당은 언제나 와카사. 동거 전에는 확실히 외식을 더 많이 했는데 란이 와카사의 집에 반쯤 눌러살기 (?) 시작하며 집밥을 먹는 날이 자연스레 늘어났어. 와카사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것치고는 수준급으로 잘하니까. 란에게는 없는 천부적인 재능... 란은 와카사의 요리 실력을 딱히 부러워한 적은 없는데 자기가 부엌에만 들어가면 잘 되던 것도 망치니까 미안하긴 한가 봐. 여하튼 저녁은 거의 항상 집에서 먹어. 주중에는 둘 다 바쁘니까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힘들기도 하고. 주에 5일 정도는 (와카사 혼자) 요리하지 않을까?

ღ 시간 보내는 법
와카사는 주로 티비 시청이나 운동 등의 취미 활동으로, 란은 과제(...)를 비롯한 창작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 밤에 잠들기 전 남는 시간에는 둘이 꼭 끌어안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대화하며 입맞춤을 나누기도 하고. 란이 워낙 말이 많아서 진작했던 얘기들도 와카사는 항상 경청해. 란이 하는 얘기는 반복해서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거든. 그만큼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와카사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란의 말에 대꾸는 잘해줘.

ღ 맨발? 양말? 슬리퍼?
란은 절대로 맨발. 발에 열이 많은 편이라서 겨울에도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지 않으면 잠을 못 자. 여름에는 발이 너무 뜨거운 탓에 잠들기 힘드니까 찬물을 받은 대야에 한참 발을 담그고 있다가 자러 가는 일도 허다하고. 반대로 와카사는 수족냉증인지... 손발에 다 열이 잘 돌지 않는 타입이라 항상 양말이든 슬리퍼든 신고 있어. 겨울에는 두 가지 다 챙기는 모양새가 귀엽고. 역시 와카사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한겨울에도 몸이 뜨거워지는 게 싫다는 이유로 목이나 손발을 다 내놓고 다니다가 기어코 감기에 걸리는 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는 하면서도 란이 아플 때 수발은 다 들어준다니까.

ღ 침대 위에 있는 것
원래 란이 본가에서 지낼 때는 침대에 여러 종류의 인형이 가득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모았던 나름의 콜렉션들이야. 소중한 추억이니 그대로 남기자 싶어서 본가에 두고 왔고, 지금 와카사와 란이 함께 잠드는 침대에는 침구 말고 따로 장식되어있는 건 없어. 가끔 크리스마스나 누군가의 생일 같이 특별한 날에는 란이 머리맡에 귀여운 알전구를 달아두곤 해.

ღ 빨래 널고 개는 법
란은 제 모친에게 배운 것처럼 가벼운 속옷부터 아래에 차곡차곡 널고, 햇빛이 잘 드는 위에 칸에다가 큼지막한 겉옷을 널어. 와카사는 원래 그런 규칙 없이 막 널어두는 타입이었는데 아무래도 동거를 해서 그런지 란의 버릇이 와카사에게도 옮더라고. 개는 법은 둘 다 단정히 잘 개지만 순서나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해. 란은 어쨌든 구겨지지 않고 잘 넣어두기만 하면 그만이다 싶어서 굳이 이런 사소한 습관까지 ㅋㅋ 고치자고는 안 했어. 그건 와카사도 마찬가지, 사실 란이라면 아무래도 다 좋거든.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란은 와카사의 속옷을 만지면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헛기침했는데 와카사는 그런 어색함이 전혀 없었대. 되려 뚝딱거리는 란을 보면서 어차피 이미 볼 장 다 봤는데 애인 속옷이 부끄럽냐고 놀리다가 좀 얻어맞았고.

ღ 택배오는 물건
란은 화구용품과 도예 재료와 같은 무거운 물건을 위주로 택배로 받아. 와카사는 택배보다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걸 더 선호하는 성향이라 와카사의 앞으로는 택배가 잘... 오지 않아. 물론 란도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를 시키는 건 아닌데 ㅋㅋ 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란의 앞으로 온 박스만 수두룩하니까 조금 웃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