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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네 심장이 멎는 꿈을 꿨어.

made all my moments your own

2022. 2. 24.

GUN님 커미션

삼천항쟁에서 와카사가 많이 다쳐오고, 사우스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을 때 란은 악몽을 자주 꿨어. 안면이 함몰된 사우스가 나와서 란을 원망하는 말을 내뱉는 꿈부터 하며 싸늘하게 식어버린 와카사의 몸을 껴안고 울고 있는 자신을 3자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꿈까지. 말도 안 되는 꿈이지. 사우스는 오히려 눈을 감기 직전 란에게 사랑했고 고마웠다며 진심을 전했고, 와카사는 적어도 란의 앞에서는 그런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거니까. 그런데도 왜인지 모르게 생생하고... 당장 현실에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보니 란은 불안감에 시달렸어.

 

와카사. 란이 자고 있던 와카사를 흔들어 깨워. 와카사가 느릿하게 눈을 뜨면 그제야 안도한 듯 란이 살짝 웃고는 와카사의 몸을 꽉 끌어안아. 지난번 항쟁에서 사우스에게 얻어맞은 탓에 상처투성이가 된 와카사가 란을 마주 안고, 란은 와카사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 와카사의 심박의 형태를 기억해. 잃고 싶지 않아. 오래도록 듣고 싶어... 란이 점점 울상이 되니까 와카사가 안 좋은 꿈이라도 꿨냐며 란의 등을 쓸어내려.

 

네 심장이 멎는 순간 우리의 시간도 멈추겠지.

 

란이 눈을 꼭 감아. 란의 찌푸려진 미간을 와카사가 엄지로 살살 문질러.

 

헤어지자.

...왜?

와카사의 곁에서 더는 행복할 자신이 없어.

 

늘 불안하고 힘들어. 너를 절망 속에서 잃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이만 여기서 갈라서자. 솔직하고 담담한 이별에 대한 란의 고백에 와카사가 눈을 끔벅여. ... ...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어. 바라고 한 말도 아니고.

 

이별은 미안할 일이 아니니까 난 미안하지 않아. 와카사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

 

그래도 함께하는 매 순간은 행복했다고. 그 말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하지 못한 란이 자리에서 일어서. 짐은 조만간 정리해서 챙겨가겠다며 떠나려는 란을 와카사는 붙잡지 않아. 와카사도 란이 헤어짐을 고할 때까지 무슨 심정이었을지 너무 잘 알아서. 이기적이게 란을 제 곁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은게 본심이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널 잡으면 넌 날 평생 원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란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며 와카사를 향해 웃어줘. ...잘 지내. 가벼운 마지막 인사야.

 

내 심장소리는 아직 멈추지 않았어, 란. 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만큼은 절대로...

 

뒤늦게 밀려오는 감정과 미련에 와카사가 머리를 감싸고 앓는 소리를 내. 란이 없는 공간은 싸늘하기 짝이 없어. 네가 없는 난 정말 아무것도 못 되는구나. 와카사가 사랑에 목매어 사는 사람은 병신이라고 비웃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 사랑과 사람을 착각하던 우리는 병신이 따로 없다며.

 

넌 나 없이 잘 지내면 안 돼. 나도 너 없이는 잘 지낼 수 없으니까. 알겠지, 란.